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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메뉴인데 “네 가족이 먹으니 10만 원?”… 단골 식당의 배신에 ‘당혹’

오은진 기자 0 2
평양냉면 한 그릇이 만오천 원
가성비 외식의 상징이 무너진다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식당
사진 = 연합뉴스

“그냥 냉면 한 그릇 먹으러 왔는데 계산서 보고 화들짝 놀랐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 모 씨(42) 씨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단골 평양냉면집을 찾았다. 냉면 네 그릇에 수육 한 접시를 시켰을 뿐인데,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10만 5천 원이었다.

그는 “예전엔 가족 외식하면 5~6만 원 선에서 끝났는데, 요즘은 어디를 가도 10만 원은 기본”이라며, “냉면은 그래도 저렴한 편이라 여겼는데 이젠 그것도 옛말”이라고 말했다.

평양냉면, 가벼운 한 끼에서 고급 외식으로

식당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필동의 필동면옥의 냉면 가격은 몇 달 전 1천 원이 올라 1만 5천 원이 됐다. 식당 관계자는 “여전히 다른 집보단 싸다”고 항변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예전 가격이 아른거릴 수밖에 없다.

마포구 염리동 을밀대도 지난 3월 물냉면 값을 1천 원 올려 1만 6천 원으로 조정했으며, 회냉면은 무려 2만 원이다.

단골이라는 심 모 씨는 “예전엔 1만 2천 원쯤 했는데 매년 조금씩 올라간다”며,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평양냉면이 주는 맛의 깊이 때문에 계속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명 노포들은 이미 1만 5천 원을 기본으로 받고 있고, 냉면에 곁들이는 수육까지 더하면 네 명 기준 10만 원은 쉽게 넘긴다.

식당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낙원동으로 이전한 을지면옥 역시 가격을 1만 3천 원에서 1만 5천 원으로 인상했다.

유명 식당들에 이어, 최근 떠오르는 남대문 인근의 한 식당은 이달 초 냉면값을 1만 7천 원으로, 종로구 행촌동의 북한 음식 전문점은 1만 8천 원에 판매 중이다.

마포구의 한 전문점은 ‘국내산 메밀 100%’를 내세워 1만 8천 원을 받는다.

메밀값은 떨어졌는데, 냉면값은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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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냉면 주재료인 메밀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메밀 중도매가는 ㎏당 3285원으로, 1년 전보다 9.4% 낮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냉면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이는 메밀뿐만 아니라 에너지, 인건비, 임차료 등 외식업 전반의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냉면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지금은 최저임금에 2천 원을 더 보태야 냉면 한 그릇을 살 수 있다. 한 시간을 꼬박 일해도 냉면을 먹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의 짜장면과 칼국수 평균 가격은 각각 7천500원, 9천462원인데 반해, 냉면은 1만 2천115원으로 외식 메뉴 중 단연 비싼 축에 속한다.

외식도, 장보기도 줄었다… 전례 없는 소비 감소

식당
사진 = 연합뉴스

고물가의 그늘은 점점 짙어지면서, 2023년부터 음식료품 소매판매와 음식점업 생산이 동시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었지만, 지금은 둘 다 줄어드는 이례적 현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이 70만 원 아래로 떨어진 사정도 한몫했으며, 또한 배달 앱의 포장 수수료 유료화도 외식업주의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

서울의 한 치킨집 사장은 “배달앱 포장 주문 수수료 때문에 단골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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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제는 포장도, 외식도, 편의점도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다. 대학생 김 모 씨는 “최근 식비가 20%는 오른 것 같다”며, “이제는 편의점에서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물가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와 자영업자, 플랫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숙명여대 이홍주 교수는 “정부는 이제 플랫폼을 사회적 인프라로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성대 감상봉 교수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실질 수치보다 더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조정을 통해 공급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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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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