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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옥엽 키웠는데 “더 이상은 힘들어” … 5060 부모에게 드리운 ‘그림자’

오은진 기자 0 1
독립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35세가 되어도 부모 품, 이유 있었다
“집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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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캥거루족 증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이 유튜브 채널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공개된 유튜브 영상 속 그는 “왜 독립을 안 하냐”고 물으며 캥거루족의 현실에 의문을 던졌다.

취업난, 높은 주거비, 불안정한 고용 등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제작진의 말에 윤성빈은 “생활비를 줄이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부모 집에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다”, “서민의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해당 영상은 결국 비공개 처리됐다.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30대 캥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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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캥거루족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거주 35세 청년 중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80년대생 기준 41.1%에 달한다.

이는 불과 한 세대 전인 1970년대생 20%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국적으로 봐도 같은 추세다. 1980년대생 중 부모와 사는 비율은 32.1%로, 1970년대생(18.6%)보다 1.7배 많다.

서울연구원은 그 배경에 ‘늦어진 취업’, ‘감소한 결혼율’, ‘주거비 부담’을 꼽았다. 즉 성인기로의 전환 과정 자체가 이전 세대보다 뚜렷하게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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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캥거루족 증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기준, 대학 졸업까지 평균 51.8개월이 걸리며 역대 최장치를 기록했다.

졸업 후 첫 취업까지도 평균 11.5개월로, 2004년보다 두 달 이상 더 길어졌다. 단순히 ‘늦장 부리는 청년들’이 아니라 진입장벽 높은 취업 시장과 비싼 집값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게으름’이 아니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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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캥거루족 증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저임금 월급으로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이제 농담도 아니다. 월 230만 원을 받아도 월세, 관리비, 식비,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극히 적다.

서울의 원룸 평균 월세가 60만 원을 넘는 지금, 독립은 선택이 아니라 사치가 되어버렸다. 특히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청년들의 독립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들로 인해 취업은 늦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미취업 상태에 빠진 ‘쉬었음 청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장기 비취업 청년들이 별다른 구직 활동 없이 보내는 기간은 평균 22.7개월에 달한다. 이 기간에 부모의 도움 없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로 번지는 ‘성인 자녀 부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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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캥거루족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8~24세 청년 중 경제적 독립을 이룬 비율은 1980년 32%에서 2023년 16%로 절반이나 줄었다.

그만큼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늘어났고, 매달 평균 1400달러(약 203만 원)를 자녀에게 쓰고 있다.

경제적 독립이 늦어지면 자연히 자산 형성도 늦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청년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노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왜 독립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독립할 수 있는 구조인가’라는 질문일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소득을 관리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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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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