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를수록 양극화 커지는데
‘정부가 집 사준다’ 파격 제안 나왔다

“정부가 대신 집을 사준다니,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대출 규제는 점점 더 조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분형 모기지’라는 생소한 단어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주택의 일부를 함께 소유하며 내 집 마련을 도와주겠다는 구상이다.
“집값이 높아도, 내 자산은 적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 획기적인 제안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부가 대신 집을 사준다?

지난달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분형 모기지’ 도입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이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분형 모기지는 정부가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집값의 일부를 대신 부담해 초기 구매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소비자가 1억 원을 부담하고 은행 대출로 4억 원을 조달하면, 정부가 나머지 5억 원을 투자하고 그 지분만큼 소유권을 나눠 갖는 식이다.
향후 집값이 오르면 이익은 지분 비율에 따라 나뉘고, 반대로 손해도 함께 감수한다.

금융위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를 통해 이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주금공이 투자한 지분에 대해 소비자는 ‘임차료’를 를 지급하며 거주하게 되며, 이 금액은 일반 대출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골자다.
또 향후 지분 매입이나 매각 선택권도 제공될 예정이라 했다.
과거 실패 다시 반복될까

사실 이러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도입된 ‘공유형 모기지’가 유사한 구조였으나, 시장에서는 외면당하며 사라졌다.
당시에도 정부가 집값의 일부를 지분 형태로 부담했지만, 매각 시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구조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전문가들은 실패 원인으로 까다로운 신청 요건과 소득 기준, 그리고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 부족을 꼽았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집을 사는 입장에서는 빚을 내더라도 100% 내 소유이길 원한다”며 “수익을 정부와 나눈다는 개념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제도는 해외에서도 시도된 적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주택 시장 활황기 이후 급격히 활용도가 줄었고, 영국에서는 과도한 수익 공유 요구로 민원이 이어지다 못해 줄소송 사태까지 번진 바 있다.
시장은 의심, 정부는 기대

이번 정책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과도한 민간 레버리지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놓는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김병환 위원장은 “현금 부족으로 집을 못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DSR 규제로 인해 구조적 문제도 커지고 있다”며 이 정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성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자연스러운 조정기에 접어든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정부가 새로운 수요 유입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이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 제도가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중 레버리지’를 가능케 해 결과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책 발표 이후 온라인에서는 “결국 집값 떠받치려는 의도 아니냐”, “내 세금으로 부자들 집값 올려주는 정책”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꼼수”라고까지 말하며 정책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이 ‘지분형 모기지’는 분명 기존 제도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지만, 같은 길에서 이미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아직은 조심스럽다.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달콤한 말에 숨은 리스크를 어떻게 설계하고 보완할지, 그 해답에 따라 이 정책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