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다 자동차가 낫네.”

삼성과 LG가 그동안 꾸준히 키워오던 ‘전장사업’이 이제는 실적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TV와 가전으로 대표되던 양대 가전 기업이 올해 1분기 전장 분야에서 가전·TV를 위협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자업계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하만의 반전… 삼성 실적을 견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8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전장·오디오 전문 자회사 하만을 통해 본격적인 전장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JBL, 하만카돈, 뱅앤올룹슨 등 고급 브랜드의 차량에 사용되는 카오디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하만은 매출 3조 4천억 원, 영업이익 3천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VD·DA사업부(가전·TV)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만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가전 사업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만의 리더십 교체도 단행했는데, 전장사업부를 이끌던 크리스찬 소봇카가 신임 CEO로 선임됐다.

자동차 업계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그는 하만의 기술력을 소프트웨어 중심 모델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삼성은 하만을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개편하며 하만을 중심으로 전장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장 기술력으로 도요타·GM를 움직이다

LG전자 역시 올해 1분기 차량 전장사업(VS사업본부)은 사상 최대 매출(2조 8432억 원)과 영업이익(1251억 원)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전장사업의 비중은 전년 3.9%에서 9.9%로 뛰었으며, TV·PC를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이익(49억 원)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많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IVI)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3개 축을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핵심이다.

김주용 VS사업본부 상무는 지난달 2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인상과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 이상의 매출과 더 나은 수익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도 LG전자의 역량을 주목했으며, LG전자는 도요타 북미법인으로부터 ‘2024 최고가치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는 LG전자가 도요타와 협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받는 수상으로, 팬데믹과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고품질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GM도 올해 LG전자를 ‘올해의 공급사’로 선정했고, LG는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와 연결성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최우수 크리에이티비티 팀’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는 5G 기반 텔레매틱스 기술과 차량용 웹OS, 인공지능을 접목한 ‘LG 알파웨어’ 등 차세대 자동차 플랫폼을 선도하고 있다.

은석현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을 통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중심으로 한 전장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한편, LG전자도 기술력과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장부문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양사는 기존 가전이나 TV를 넘어, 전장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며 본격적인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