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준법운행’ 재개 혼란
통상임금 갈등에 전국적인 파업 우려까지

“버스가 평소보다 늦게 오더니, 속도도 평소보다 느렸어요. 기사님한테 여쭤보니 ‘지침대로 운행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어요.”
7일 아침 시내버스가 ‘준법운행’에 돌입하면서, 직장인 최 모 씨(33)는 평소보다 10분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이날 오전 첫차부터 다시 준법운행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30일 하루 경고성 행동을 벌인 후 연휴 기간에는 정상 운행을 유지했지만,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준법운행은 승객들이 완전히 자리에 앉은 후 출발하고, 앞차를 추월하지 않는 등 모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방식이다.
큰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는 운행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노조 “쟁의 아니다”… 시 “시민 불편 최소화”

서울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 혼잡 시간대를 오전 10시까지로 연장하고, 열차 투입 횟수도 47회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준법운행 당시와 달리, 자치구 셔틀버스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버스가 여러 대 몰려 정체되는 ‘버스열차’ 현상을 막기 위해 주요 정류소에 공무원을 배치해 현장에서 즉각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고의적 지연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시민 신고도 받는다.
노조는 자신들의 행동이 ‘안전운행’이며 쟁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서울시가 안전 지침을 지키지 못하게 강요하는 상황이 부당하다”며 “규정대로 운행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개편이 갈등의 중심

이번 사태의 핵심은 ‘통상임금’ 개편 문제다.
대법원이 지난해 말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서울 버스노조는 이를 기준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해당 상여금이 제외된 상태로 설계된 만큼, 체계 개편이 먼저”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임금 삭감’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조가 요구한 수준을 모두 반영할 경우, 운수 종사자 평균 임금이 6천만 원대에서 7천만 원 후반으로 증가하며, 시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매년 3천억 원 정도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7일, 인천·부산·경기 등 전국 지자체와 함께 공동 대응 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은 ‘전국 파업’?… 8일 회의가 분수령

노조는 8일 예정된 전국자동차노조 지역 대표자 회의에서 향후 파업 여부와 시기,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으로, 상황에 따라 서울 외 지역 노조들과 연대해 전국적인 파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울시와 사측은 준법운행이 장기화되거나 본격적인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운영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교통실은 “협상 타결 전까지는 시민 불편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며, “향후 전국적인 제도 개선 논의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