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더 이상 꿈의 직업 아냐
생존 걱정하는 변호사들 속출

“내 아이가 변호사를 하겠다고 하면 말릴 겁니다.”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판사직을 떠난 후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지만, “이제 변호사 수 감축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과 최정상의 전문직으로 꼽히던 변호사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탄탄대로처럼 여겨지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마치 ‘의료 대란’처럼 법조계 전체를 흔들 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호사,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9년 등록 변호사는 1만 명대였지만, 지난해 3만 6000명을 넘었다. 매년 1700여 명이 새로 배출되며, 수임 경쟁은 눈에 띄게 치열해졌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008년에는 한 변호사가 월평균 7건을 맡았지만, 2021년에는 1건에도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 달 동안 단 한 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
특히 갓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로펌은 물론, 중견 로펌 취업조차 하늘의 별 따기다.
10위권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상위 로펌에 무난히 입사했을 스펙의 신입 변호사들도 요즘은 갈 곳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무너진 법조 윤리, 국민 피해로 이어져

과도한 경쟁은 변호사 윤리의식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30만~50만원의 저가 사건을 대량 수임한 뒤 소장만 내고 재판은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변호사만 믿고 있던 의뢰인은 재판도 해보지 못하고 패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또 징계받은 변호사가 후배 명의로 사건을 수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가 국민 피해로 직결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올해 합격자는 1744명으로 결정됐다.
협회는 “법조계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 위원들이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제2의 대란 막기 위해 제도 보완 시급

법조계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결원보충제 폐지, 변호사 수급 체계 개선, 공공 분야 일자리 확대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심지어 ‘신 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하며 로스쿨 제도의 한계를 비판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대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법조계 역시 변호사 과잉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률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변호사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급과 질적 관리 모두를 고려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