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늘며 일하는 노년 늘자
서울시·정부, 고령층 지원 확대

“퇴직하고 쉬어도 잠깐이더라구요. 다시 일하고 있어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63세 정 모 씨는 최근 은퇴했지만 올해 초 식품 제조공장에 다시 취직해 주 3일 일하고 있으며, 남편 역시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마트 배송일을 이어가고 있다.
정 씨 부부처럼 은퇴 후에도 맞벌이를 택한 5060 세대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흐름에 맞춰 고령자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했고, 정부도 맞춤형 재취업 정책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현역’ 이어가는 시니어… 은퇴 후에도 일터로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5060 시니어의 더 넥스트 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5060 세대 중 무려 77.2%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외벌이는 22.8%에 그쳤다.
대부분은 배우자 은퇴 전부터 맞벌이를 해왔으며, 은퇴 후 소득 감소 때문에 맞벌이를 시작했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이들이 계속 일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부담’보다는 ‘삶의 만족’을 위한 경우가 많았으며,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32%, ‘건강 유지’ 30%, ‘아직 일할 수 있다’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일하지 않으면 무료하다”는 응답도 22%나 됐던 반면, 생활비나 병원비 등 직접적인 경제 사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었다.
또한 시니어 세대는 자신을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이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평균 73세였다.
‘신노년 세대’ 위한 서울시의 대규모 투자

서울시는 올해 어르신 일자리를 9만5천여 개까지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관련 예산 2,728억 원 중 70%가 상반기에 집중 투입됐다.
공급되는 일자리는 ▲학교 급식 등 공익활동 ▲경력을 살린 기관 근무 ▲식품 제조나 택배 같은 공동체 사업 ▲민간 취업 알선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기존에는 기초연금수급자만 참여할 수 있었던 ‘노인공익활동사업’이 올해부터 직역연금수급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다양한 고령자들이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김수덕 돌봄고독정책관은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의 목표”라며 “노후 안정과 사회 참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어르신 일자리 확대는 서울시가 올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일자리 정책의 일환이다.
시는 직·간접적으로 4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총 2조7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어르신 대상 사업이 그 첫 실행 사례가 됐다.
정부도 움직였다… ‘중장년 재도약’ 지원 본격화

정부도 긴급히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조기 퇴직한 50대가 새 경력을 쌓아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올해 본격 도입했다.
이 사업은 910명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으며, 서울·부산·광주 등 6개 도시에서 진행 중이다.
참여자는 1~3개월간 현장 실무 경험을 쌓으며 최대 월 150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고, 기업에는 참여자당 최대 40만 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단순한 취업 알선이 아니라, 디지털 교육과 멘토링까지 포함된 ‘맞춤형 전환 과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40대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경력설계 서비스도 제공하며, 특히 조기 퇴직이 잦은 50대를 위해 향후 3년간 15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장년이 기존의 경력만으로 재취업을 하기는 어렵다”며 “현장 경험과 교육을 함께 제공해 실질적인 재도약을 돕겠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고령층의 현실 속에서, 시니어 세대의 변화된 인식에 맞춘 정책 확대가 어느 정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