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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남의 월급으로?”… 매달 수억 원씩 줄어드는 통장에 주민들 ‘분노’

오은진 기자 0 2
입주는 끝났는데 정산은 제자리
매달 사라지는 수억 원, 책임은 누구?
주민
사진 = 연합뉴스

“재개발은 몇 년 전에 끝났는데, 아직도 청산은 진행 중입니다.”

모 재개발 조합에 참여했던 김 모 씨는 요즘 살고 있는 아파트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해당 아파트는 이미 수년 전 입주를 마쳤지만, 조합은 아직도 청산 중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매달 어마어마한 운영비가 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씨를 비롯한 해당 아파트의 주민들은 “청산을 핑계로 청산인의 월급을 주기 위한 시간 끌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김 씨의 사례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주까지 마무리됐지만, 조합은 해산하지 않고 남은 유보금을 계속 소진하는 청산 지연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미뤄진 청산, 줄줄 새는 조합원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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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 347개의 미청산 조합이 존재한다.

이들 조합이 해산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잔여자금은 총 1조3천880억 원이었지만, 올해 1월 기준으로 남은 금액은 4천867억 원에 불과하다.

무려 9천억 원 이상이 청산 절차 중에 소진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A재개발조합은 2016년 해산 이후 10년 가까이 청산을 끝내지 못했다. 현재까지 244억 원이 빠져나갔고, 남은 돈은 13억 원뿐이다.

청산인은 월 500만 원, 사무장은 35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노원구 B재개발조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산인은 월 700만 원을 수령 중이고, 소송이 6건이나 진행 중이라며 4년째 청산을 미루고 있다.

‘시간 끌기용 소송’ 의혹까지… 조합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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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 후 1년 이내 해산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 이후 자산·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돈을 조합원에게 환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동안 청산 단계는 민법에 따라 법원이 관할했고, 정부나 지자체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었다.

이에 청산인이 고의로 청산 절차를 지연하거나,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해 시간과 비용을 끌어가는 방식으로 조합원 환급금을 줄이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 C아파트의 경우, 입주 후 9년이 지났지만 청산이 끝나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은 “짜고 치는 소송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제도 개선 시작됐다… 조합 감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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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도시정비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합 청산 절차를 감독할 수 있게 되었고, 필요시 수사기관에 고발도 가능해졌다.

서울 서초구는 ‘미청산 재건축조합 청산제도’를 운영하며, 청산 진행 상황에 따라 조합을 관심·주의·심각 단계로 분류하고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특히 심각 단계로 분류된 조합은 구청이 직접 개입해 현장조사와 시정조치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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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국회에서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입법도 진행 중이다.

김영호 의원은 조합 해산 후에도 자료 열람을 가능하게 하고, 보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비사업 정보를 통합해 공개하는 시스템 법안도 포함됐다.

조합 해산 이후에도 수년간 끝나지 않는 청산 절차는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청산 과정에 대한 감시와 관리 강화는 이제 시작 단계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협력해 미비한 법적 장치를 보완하고, 조합원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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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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