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네시스를 사야 할까, 아니면 기다려야 할까.”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팰리세이드에 먼저 적용되면서, 제네시스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2026년부터 일부 제네시스 모델에만 순차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10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개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행사에서는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전동화 경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아우르는 새로운 기술 전략을 제시했다.

팰리세이드, 한발 앞선 하이브리드 혁신

이번에 선보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를 기존 대비 약 45%나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팰리세이드에는 이 신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돼,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게 됐다.

신기술의 핵심은 두 개의 모터가 내장된 신규 변속기다. 하나는 주행과 회생제동을, 다른 하나는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를 담당한다.

이를 통해 동력 성능과 연료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했으며 변속감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소음과 진동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팰리세이드는 2.5리터 터보 엔진과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6.9kgf·m를 기록했다. 기존 대비 각각 19%, 9% 상승한 수치다. 대형 SUV 시장에서 보기 드문 높은 연비와 강력한 성능을 모두 갖춘 것이다.

또한 전자식 사륜구동(e-AWD), ‘스테이 모드’,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이 적용되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제네시스, 2026년까지 기다려야

아쉽게도 제네시스 모델에는 이번 신기술이 당장 적용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후륜구동 기반 제네시스 모델을 시작으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비가 45%나 향상되고 승차감과 정숙성까지 크게 개선되는 만큼, 기다림의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격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와 고성능 모터 조합은 제네시스의 주행 감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연비 향상을 넘어, 제네시스 고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하이브리드 기술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는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만 출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캐즘’이라 불리는 수요 둔화 조짐을 반영해, 2027년까지 모든 제네시스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또한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차종을 앞으로 14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외에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7년 미국과 중국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두를 강화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한동희 현대차 전동화개발담당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축적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을 총결집해 전기차 전환기에도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