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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이면 충분했었는데”… 서민의 마지막 피난처마저 ‘빠르게 무너졌다’

오은진 기자 0 1
“천 원이면 충분했는데…”
삼각김밥·컵라면도 고급 메뉴로
천 원
사진 = 연합뉴스

“점심 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랑 컵라면 하나 사 먹으려 했는데, 둘 다 합쳐 3천 원이 넘더라고요.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 씨(32)는 편의점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2천 원이면 충분했던 한 끼가, 이제는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다.

편의점 가성비 먹거리의 가격이 무섭게 오르면서,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려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배신’이 거세지고 있다.

“천 원으로는 아무것도 못 사”… 줄줄이 오른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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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주요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다.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는 2천300원, 허쉬초콜릿드링크는 1600원으로 각각 200원 올랐다.

오뚜기 간편식도 최대 700원 인상돼 일부 제품은 8500원까지 올랐으며, 샴푸, 치약, 생리대 등 생필품도 예외는 아니다.

편의점에서 1천원으로 살 수 있던 먹거리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컵라면 가격은 최소 1100원에서 많게는 1800원까지 올랐고, 삼각김밥은 대부분 1500원 전후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은 2천 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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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과자, 초콜릿, 껌, 아이스크림 등 간식류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카칩·꼬북칩은 1700원, 해태 홈런볼은 1900원, 자일리톨 껌은 1200원, 메로나는 1500원이다. 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이제 보기 어렵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삼각김밥은 900~1천 원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제는 평균 1500원 이상으로 올라섰고, 핫바는 2500원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소득 낮을수록 ‘식비’ 타격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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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물가 상승은 모든 계층에 부담이지만,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10년간 소득 분위별 체감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의 체감물가는 23.2% 상승해 소득 5분위(20.6%)보다 더 높았다.

이 차이는 식비와 주거비에서 비롯되는데,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비·주거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물가는 지난 10년간 41.9%나 올랐으며,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 수준이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서민의 삶에 직결되는 먹거리 물가가 빠르게 올라 취약계층의 체감 부담이 커졌다”며 “농산물 수급 안정과 유통 규제 개선 등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초저가 PB상품으로 반격…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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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편의점 업계도 고물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PB) 초저가 상품 확대에 나섰다.

GS25는 550원짜리 라면, 500~800원대 아이스크림 등을 내놨고,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200만 개에 달한다.

CU는 990원에 육개장, 우유, 채소 등을 제공하는 ‘득템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PB상품이 ‘가성비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득템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6천만 개를 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만으로는 빠르게 오르는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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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소비자들의 부담은 여전하고, 특히 생활비의 대부분을 식비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은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다.

편의점이 ‘작은 사치’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되는 현상은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생활물가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책과 유통업계 모두 실질적 체감 변화를 이끌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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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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