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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손자 모두 사랑하지만…” 중장년층의 ‘반전’ 속마음 공개되자 ‘화들짝’

오은진 기자 0 1
자식·손주 챙기지만, 내 삶도 중요
‘희생 대신 자아실현’ 세대 변화 뚜렷
중장년층
사진 = 연합뉴스

“딸과 손주 모두 사랑하지만, 솔직히 너무 지칩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66세 박 모 씨는 딸 부부의 맞벌이를 돕기 위해 3살 손주를 돌보고 있다. 딸이 출근하는 오전 8시부터 퇴근하는 저녁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육아를 맡고 있다.

박 씨는 “딸이 힘든 건 알지만, 이젠 내 시간도 챙기고 싶다”고 털어놨다. 자녀와 손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돌봄에 얽매인 삶은 원치 않는 중장년층의 속마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제적 지원은 괜찮지만, 육아는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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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2024 액티브시니어 소비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50·60대 중 ‘자녀와 손주를 지속적으로 돌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31%에 그쳤다.

반면 ‘교육, 결혼 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3%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코바코는 “중장년층이 은퇴 후 삶을 자아실현의 시간으로 여기며 자기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육아 지원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사업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손주를 돌보는 조력자 502명 중 60.2%가 ‘양육자의 추가 출산을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조력자의 다수는 60대 외조모였으며, 이들 중 41%는 ‘육아로 인한 신체적 피로’를, 37.1%는 ‘개인 시간의 부재’를 호소했다.

육아가 단순한 정서적 노동이 아닌, 물리적으로도 큰 부담임을 보여준다.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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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최근 중장년층은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는 ‘액티브 시니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은퇴 후에도 여행과 취미, 소비 활동에 적극적이며 ‘자녀를 위한 희생’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50·60대의 97%는 취미·여행에 지출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93%는 경제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응답했으며, 또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78%로 20·30대보다 높았다.

소비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LG경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55∼69세의 소비지출은 2007년 25~39세의 40%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90%까지 따라잡았고, 2057년에는 170%를 초과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황규만 회장은 “액시세대는 단순히 나이 든 세대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집단”이라며 “그 에너지를 활용할 다양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설계’ 바뀌어야 출산율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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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와 지자체의 육아 지원책이 조부모의 손을 빌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서울시의 아이돌봄비 지원 정책은 “조부모에게 용돈 벌이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지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명확한데, 단순한 금전 보상으로는 육아의 피로와 삶의 제약을 상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 지원 정책이 단순한 지원금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부모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돌봄 시스템을 확대하거나, 청년 세대의 육아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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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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