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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해냈는데 “한국은 왜 아직도”… 고령층 92%의 무거운 ‘한숨’

오은진 기자 0 1
노인들 “일하고 싶어도 자리 없어”
구직 포기한 고령층, 10만 명 넘어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지만,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요.”

은퇴 후 다시 일을 해보려던 60대 정 모 씨는 올해 초 구직을 포기했다며, “경비나 청소 같은 단기직 말고는 자리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할 의지는 있지만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한 고령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구직 포기한 고령자 10만 명… “일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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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을 포기한 60세 이상 고령자는 10만 668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1.3% 증가한 수치로, 3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지표가 다시 반등했다.

연령별로 보면 6~064세가 3만 5509명으로 가장 많았고, 65~69세가 2만 9748명, 75세 이상이 2만 2291명, 70~74세가 1만 9131명 순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찾아봤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39.3%)였으며,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다”(22.7%), “원하는 임금이나 조건이 맞지 않는다”(20.5%)는 응답도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계속 진입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 데는 여전히 큰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절실한 이유로 다시 나섰지만… 돌아오는 건 ‘실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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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경기복지재단이 경기도 65세 이상 노인 3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45.2%에 달했다.

일하는 이유는 대부분 ‘생계비 마련’ 때문이었다. 10명 중 8명(79.4%)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고 답했고, 용돈 마련(11.7%)이나 건강 유지(5.3%)는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취업 과정은 험난하다.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적이다”(52.7%), “나이 때문에 채용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52.7%)는 응답이 복수로 가장 많았고, “정보가 부족하다”(40.2%)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심각했는데, 낮은 임금(61.7%)과 나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54.9%)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복지재단 측은 “단순한 참여형 일자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생계 지원이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고용제도 확립…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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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같은 초고령 사회지만 일본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24년 일본의 65세 이상 취업률은 25.2%로, 미국(18.6%)이나 영국(10.9%)보다 훨씬 높다.

그 배경에는 정부와 기업의 체계적인 제도 구축이 있었다. 일본 기업의 99.9%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30% 가까운 기업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런 제도는 실제 고령자 고용으로 이어졌다.

도소매, 복지,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65세 이상 근로자 수가 각 100만 명 이상 분포하고 있으며, 요양 분야는 지난 10년간 고령 근로자 수가 2.4배나 늘었다.

고령 인구가 노동시장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돕는 제도, 그리고 노인의 경험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일본의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전문가들 “고령 노동시장 키워야 성장률 방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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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는 단지 노인 복지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층의 노동 수요 확대는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은퇴 후 소득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적정 생활비로 월 336만 원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실제 노인 일자리의 보수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KDI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개선, 정년 후 재고용 제도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노인들의 경제활동 확대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제 고령 인구의 증가 속도에 맞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숫자만 늘리는 일자리가 아니라, ‘일하고 싶은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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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코노카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오은진 기자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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